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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집에서 대체 뭐하니?

sept 29, 2026 0 comments

나는 '집돌이'다. 원래 그랬다.

이미 기억이 희미해져 버린 팬데믹 초기, 모두가 답답해하던 그 집콕 기간에도 나는 집 안에서 답답해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싶어 안달 난 적이 없었다.

그냥, 집에 혼자 있는 게 좋다. 소파에 가만히 기대어 있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는 집에 있으면 상상 이상으로 바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청소를 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향수를 뒤적거리며 허공에 마구 뿌려댄다. 아침 햇살이 드는 창가에서 느긋하게 향을 감상하는 그런 '인스타 무드'가 아니다. 마구 내린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면서 정신이라거나 감각 기관을 어떻게든 깨우려고 발버둥 치는, 그러니까 '최악의 아침'을 피하기 위한 나만의 '발악'이다.

그리고 또다시 '기분'에 따라 가구 배치를 바꾸기도 하는데, 때로는 그 주기가 매우 짧다. (심할 때는 이틀에 한 번씩, 일주일에 3~4회나 바꾼 적도 있을 정도니...) 내 안의 변덕이 나에게 지루할 틈을 딱히 주지 않는다. 이런 폭풍 같은 아침 활동을 마치고 나면, 오전 10시가 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녹초가 된다.

그 외에도 요리를 한다거나, 뇌 활동을 위해 안무(Choreography)를 카피하기도 하고 (놀랍게도 오후가 되면 기억을 하나도 못 하지만.), 아주 가끔은 예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집에서 즐기는 소소한 취미는 생각보다 수두룩하다. 아, 가끔은 집 안에서 눈에 보이는 풍경들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담아두기도 하고.

가끔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면, 집중은 못 해도 읽었던 책들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차고에 쪼그려 앉아 화분을 다듬기도 한다. 물론 멍하니 식물들을 다듬다가, 나도 모르게 대규모 노동으로 번지는 날들도 있지만. 그렇게, 혼자 참 잘도 논다.

상기 나열한 것들은 길어야 해가 중천에 있을 때쯤의 이야기이고, 오후에는 짧게 낮잠을 자기도 한다.

밤이 되면, 달이 예쁜 날 차고에 나가 한참 동안 하늘을 바라보곤 한다. 한 달에 한 번은 꼬박꼬박 밤하늘을 감상하는 셈이다. 습관처럼 보름달이 뜨면 달에 관한 노래를 들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파라과이의 하늘은 이미 익숙하다 못해 친근한데도 볼 때마다 참 아름답다. (아주 예전엔 그렇게 달구경을 즐기지 않았는데, 보다 보니 어느새 습관처럼 챙기게 되었다.)

올해는 그 어떤 시기보다도 외출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주말에 결혼식 일을 하러 나가는 것 말고는, 몇 번 친구들이 방문할 때에만 대문에 손을 대는 날들도 있었으니까. 대문에 손은커녕,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은 날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앞서 포스팅했던 Lia와 Richard의 결혼식.

혼란스러울 만큼 더운 날씨였다. 분명 가장 최근 외출을 했을 때는 추워서 외투를 걸쳤었는데... 그 기억이 선명히 남아있는 걸 보면 일주일도 안 된 이야기일 텐데 말이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나갔지만, 그동안 집 안의 미약한 온도 변화에만 길들여져 있던 내 피부는 마치 처음 고온에 노출된 것처럼 어색하게 굴었다.

집 앞 편의점을 가는데도 나갈지 말지 몇 번을 망설이는 내게, 지난 토요일은 마치 신나는 시티투어 같았다.

더위에 힘들었냐고?
힘들었다.

그런데 즐거웠다.

내가 한동안은 외출을 즐기게 될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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