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지는 않는다.
냉동실에 늘 비치해 두는 품목이라기보다는, 언제 어떤 크기로 찾아올지 모르는 자연재해 같은 Craving에 가깝다.
누가 옆에서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집에서 무언가를 먹기 전 나도 모르게 '다이어트'라는 부담감을 공기 중에서 느끼곤 한다.
나 역시 거기서 자유롭지 않다.
건강을 위해 의식적으로 식단 관리를 하기는 하지만, 내 몸을 위한 선택과 요즘의 다이어트 컬처 사이에서 명확하게 경계를 인지하며 끼니를 챙기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지금까지 이걸 이렇게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아순시온에는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많다. 편의점에 줄지어 서 있는 냉동고들의 유리창 너머로 수북이 쌓인 많은 선택지들이 있고, 배달 앱을 켜면 더 많은 디저트를 만날 수도 있다.
요즘 소셜 미디어에서도 점점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파라과이 음식은 맛있다.
이 나라에 바다가 있었다면 정말 식탁 위에 난리가 났을 거다.
아이스크림이 땡기는 날이면, 하겐다즈 바닐라를 집어 든다.
오늘도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계산하기 전에 파인트를 두 개 집어 들었다. (오늘은 할인해서 조금 싸게 샀다!)
그렇다. 하겐다즈는 아이스크림 명당에 위치해 있다. 계산대와 가까운 냉동고.
(아, 파라과이에 하겐다즈가 있냐고? 있다. 동네 편의점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고, 쇼핑델솔이랑 까르멜리따 랜드로버 쇼룸 옆에 매장이 있어서 배스킨라빈스처럼 즐길 수도 있다.)
누가 안 그렇겠냐마는 나도 하겐다즈의 다양한 맛을 다 좋아한다. (가격이 걸림돌이지, 그런데 또 이유 없는 가격은 아니니까.)
하지만 결국 집어 들게 되는 건 역시 바닐라다. 요즘 디저트들이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바닐라는 자칫 지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지루함이 좋다. 어쩌면 어릴 때 먹던 투게더나 엑설런트(?)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성분표는 다시 봐도 물을 포함하고도 크림, 우유, 설탕, 계란, 바닐라—총 여섯 가지 재료뿐이다.
너무 심플해서 집에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저 간단한 재료만으로 이런 맛을 낸다는 게 신기하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 먹는 것까지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이미 많은 생각을 했다.
이번 주는 머릿속부터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까지 너무 복잡해서 그런지...
이 단정하고 지루한 바닐라가 더 좋게 느껴진다.
잠자기 전에 혹시나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면, 한 스쿱이든 한 통이든 먹을 테다.
안 떠오르면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