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끝자락의 아순시온은, 아름답고 혼란스럽게 겨울의 절정을 향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같은 생각을 하지만..
올해는 온도부터 공기의 향, 나뭇잎의 색은 물론 하늘색까지, 더 다채롭게 혼란스럽다.
그래서 머리도 마음도 조금은 더 어지러운 것 같다.
지난해까지 서늘한 날에는 Agustin Barrios의 La Catedral을 즐겨 들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담감에 아직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Augusto Roa Bastos의 Yo, El Supremo라는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말이다.
그것은 수년간 내가 겨울이면 반복해온 일종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올해는 이 곡을 들으며 담장 너머 하늘과 나뭇잎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밤에는 차고에 나가 달 구경도 했었다.
나는 아직도 외출하는 것이 꺼려진다.
이곳의 겨울은, 한국의 여름 끝자락과 가을의 그것을 잘라 뭉쳐놓은 것 같은 날들이 많다.
나만큼 변덕스럽다.
그래서 이 곡을 들으면 안정감과 위안이 느껴진다.
이 곡은, 내가 좋아하는 온도이다.
입에 닿았을 때 편하고 향긋한 커피의 온도... 그런 느낌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살짝 식은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