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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NCHY L'INTERDIT edt

ene 10, 2023 0 comments


런칭 행사에서 시향하고 나서부터 반해, 요즘 가장 즐겨 사용하는 향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지방시의 광팬은 아니었다.
이유는 명확하진 않지만,
내가 선호하는 향은 극단적으로 니치하거나, 아니면 아주 대놓고 유명한 향이다.

Carolina Herrera, Bvlgari, Dolce & Gabbana, 그리고 Givenchy…

상기 브랜드들의 향수는 내게 늘 ‘와, 좋다. 하지만…’ 정도에서 멈췄다.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묘한 거리감의 브랜드들.

(물론 패션이 아닌, 향수에 관한 이야기다.)


향수는 의류 못지않게—아니, 오히려 더더욱—브랜드가 만들어내는 환상에 의존하는 제품이다.

향수병은 손에 잡히는 유일한 '제품'이지만, 그 이후의 경험은 투명하다.



펌핑은 향을 통한 후각적 경험의 끝이 아니라, 감각의 바톤을 넘기는 출발점이다.
사용자에게 그것은 어떤 하루의 기억과 상상을 달리게 만드는 총소리일지도 모른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은 후각과 기억,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부터 브랜드의 세계관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경험의 배경이 된다.
그 이후의 해석과 기억의 채색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로 변주된다.


 '향' 그 자체의 이미지는 결국 브랜드가 제시하는 세계관에서 출발한다.


아마도 그래서일까,
그간의 지방시 캠페인은 내 상상이나 선입견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충격을 주지 못했다.
그저 내게 와닿지 않았거나,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 내가 정중히 접하지 못했거나.

브랜드가 가진 대표 이미지, 그리고 소비자에게 심어지는 선입견은 분명 존재한다.
의도했든 아니든,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들은 스토어 입구부터 이미 '들어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긴다.


그 아우라는 매장을 벗어난 제품들,
즉 로고, 패키지, 시그니처 디자인 등
소비자가 브랜드와 마주치는 모든 단계에도 스며들어 있다.

일종의 부담감.
(브랜드 입장에선 그것이 강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겠다.)
브랜드는 사람과도 비슷하다.
모두에게 멋지고 세련돼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려운 사람처럼.


그런 사람에게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것처럼,
브랜드에도 쉽게 깰 수 없는 선입견이라는 유리벽이 존재한다.
 
그 유리벽은,
캠페인이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총알’에 의해 깨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환상은, 소비하고 싶게 만들고,
때로는 소비할 ‘용기’를 준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이성적인 구조 위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덧입혀질 때
그 순간 소비는 일종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번엔, 달랐다.
런칭 행사 전에 공개된 Givenchy L'interdit 캠페인 필름,
그리고 현장에서의 짧은 시향 경험이
이번엔 이상할 만큼 나에게 맞아떨어졌다.
밤의 외출, 파티,
물리적인 공간에서의 기억들—
그 조각들을 내가 좋아하는 사운드와 이미지로 버무린 30초짜리 영상은,
말 그대로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의 샐러드 같았다.



이번엔, 굉장히 매혹적이다.

약간의 정보를 추가하자면,
L’Interdit는 원래 1957년, 오드리 헵번을 위해 만들어졌던 향수라고 한다.
그리고 2018년, 같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조금 더 대담하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탑 노트는 배와 베르가못,
가볍고 밝은 첫 인상은 튜베로즈와 오렌지 블로섬, 자스민 삼박(Jasmine Sambac/3개의 플로럴이 3박을 이룬다는 말이 아니라 진짜 이름이 삼박임.) 화이트 플로럴 향으로 이어지고,
잔향은 바닐라, 파출리, 앰브록산, 베티버.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살짝 금기가 느껴지는, 이름 그대로의 향.
브랜드가 제시하는 세계관의 이미지를 따라가며 즐기기에 좋은 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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